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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 이야기

N번방 방지법은 제2의 조주빈을 막을 수 있을까

by 글로보는 법 2020. 5. 27.


최근 논란이 된 N번방 사건을 계기로 불법 촬영물을 소지만 하더라도 3년 이하 징역 내지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여지도록 하는 성폭력 처벌법 개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이른바 'N번방방지법'인데, 또한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단순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신상 공개 대상으로 삼는 청소년 보호법까지 개정되었습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국회는 사전에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차원에서 전기통신사업법과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결국 국회는 20일 본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가결 처리했습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인터넷 기업들이 불법 촬영물의 유포에 대하여 사전 방지 의무를 부담하고 사업자는 이에 대한 책임자를 지정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업자가 불법 촬영물 차단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유포에 책임이 있는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에, 정보통신망법은 2000만 원 이하 과태료에 처하도록 규정했습니다.

인터넷 업계는 망연자실한 분위기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대로 논의 한 번 못해보고 이렇게 갑자기 통과돼 허탈하다"라며 "특히 n번방 방지법은 문제가 된 텔레그램에 적용할 방법도 마땅치 않으면서 국내 기업만 규제받게 돼 버렸다"라고 전했습니다.


사업자의 책임?

'정보통신사업자들은 불법 촬영물 유포를 방지하여야 한다'라는 어디까지 해석이 가능한 것일까요?

극도로 빨라진 인터넷 시대에 사업자가 어찌 유포를 방지할 것인지 의문이 드는 동시에, 이 법이 시행됐을 시 발생할 문제들이 눈에 선합니다. 불법 촬영물의 유포를 감시하기 위하여 사업자는 결국 자신의 서비스 위에 공유되는 모든 정보를 '미리 확인'하여야 하는 것은 물론 관련 기록들을 전부 남겨야 하고, 이를 통해 수사기관이나 정부는 사업자가 남겨 놓은 기록들을 모두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가 SNS에 남기는 모든 자료들을 수사기관과 정부가 감시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다만, 국내 사업자에 국한됩니다. 해외 사업자들은 이러한 의무가 없습니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통한 명예훼손 가해자를 특정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보시면 됩니다. 국내법에 제한을 받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해외 사업자들에게는 이러한 의무가 없다?

어쩌면 대한민국이 시행하려 하는 전기통신사업법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심각한' 수준으로 침해할 수도 있는 법이고, 유례없는 국민 감시가 될 수 있는 것인데, 이 사실이 알려지게 될 시 자연스레 국민들은 국내 사업자가 운영하는 플랫폼이 아닌 안전한 해외 플랫폼으로 발길을 돌릴 것으로 내다보는 예측이 많습니다. 상대적으로 보안이 철저한 SNS를 찾을 것이고, 이는 비약하여 설명드리자면 곧 국내 사업자들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죠.

또한, N번방 사건은 다름 아닌, 보안이 가장 철저하다는 '텔레그램'이라는 해외 사업자의 채팅 애플리케이션에서 일어났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철저한 보안 덕분에 '갓갓','조주빈'등이 사용하게 된 것입니다. 해외 사업자에게는 의무가 없는 전기통신사업법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이 과연 미미한 효력이라도 있을지조차 의문입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업자가 카카오톡 등 개인 대화방을 들여다 보라는 게 아니라 공개된 온라인 공간에서 2차 유통되는 걸 막기 위한 것"이라고 했습니다만, 개인 대화방 등을 들여다보지 않고 2차 유통을 어떻게 막는다는 건지 기술적인 설명은 전혀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대한민국의 IT 중흥을 이끌던 게임산업이 어떻게 무너졌는가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아야 합니다.


맺으며

이 법이 졸속 논란 속 강행 처리되며, 앞으로는 불법 촬영물 유통을 감시할 기술적, 경제적 역량이 되지 않는 신규 사업자는 시장에 진입할 여지조차 주지 못하게 됐고, 이는 즉 새로운 기업이 기회조차 받지 못하는 환경이 조성된 것입니다.

검열은 국민들의 프라이버시, 자유를 억압하지 않는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기술적으로 사업자가 감시 직원을 '한 명' 의무적으로 둔다고 하여 유포가 방지가 될 것인지 자체에 확신이 없음은 물론 이 사태의 발단인 해외 사업자에게 효력이 미치지 않는 이 개정안이, 어떠한 후폭풍으로 돌아올지 신중히 고민하여 국민 자유를 억압하지 않는 선에서 N번방 사건과 같은 일을 예방할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n번방방지법은 제2의 조주빈을 막을 수 있을까?|작성자 이임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