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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 이야기

성범죄 피고인 나이에 따른 처벌수위와 형벌감수성

by 글로보는 법 2020. 5. 27.

https://news.lawtalk.co.kr/issues/2232

5월 13일, 로톡뉴스 요청으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요지는 성범죄 사건에서 가해자의 나이에 어리고 많음에 따라 양형에 유리한 부분으로 참작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인데, 얼마 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성범죄 피해자 A 양(15세)가 "저와 같은 성범죄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법을 강화시켜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을 올린 것에서 비롯한 것입니다.

손녀 A 양을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6년을 선고받은 할아버지 B 씨는 자신의 나이가 고령임을 주장하며 감형을 요구했고, 이에 대해 A 양은 '가해자 위주의 법'이라며 엄벌에 처할 것을 호소했습니다.

형법 제51조 양형의 조건에는 나이가 가장 먼저 등장한다.

'나이가 어리면 어려서, 나이가 많으면 나이가 많아서 감형된다'라는 비판에 대해 변호사들은 어떤 의견일까.

법무법인 세안의 이임표 대표 변호사는 "결론적으로 (나이로 감형이 되는 게) 맞지만 이유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 출신의 변호사다.

이 변호사는 "형법 제51조에는 양형의 조건이 열거돼 있는데, 그 규정 중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이 범인의 연령"이라며 "이런 요소를 먼저 고려함에 따라 피해자 보호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피의자의 입장을 먼저 고려하게 된다고 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대한민국은 법관이 굉장히 넓은 범위의 양형권을 가지고 있고, 이것이 사회적으로 볼 때 불합리하다고 느낄 수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라며 "가학적 성범죄, 아동 성범죄, 미합의된 경우 피해자의 의견 반영 제도 도입 등을 통해 양형 권한을 일부 조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일부 범죄들에 한해서 판사의 재량권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https://news.lawtalk.co.kr/issues/2232

위 내용을 정리해보자면, 우선 '결론적으로 나이가 어리고 많음에 따라 감형이 되는 것은 맞고, 이유가 있다'입니다. 일반인의 법 감정에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겠지만, 형법 제51조를 살펴보면

제51조(양형의 조건) 형을 정함에 있어서는 다음 사항을 참작하여야 한다.

1.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2. 피해자에 대한 관계

3.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4. 범행 후의 정황

다만, 이는 열거적인 것이 아니라 예시적인 것이다(대법원 2017. 8. 24. 선고 2017도 5977 전원 합의체 판결).

第 51條(量刑의 條件) 刑을 定 함에 있어서는 다음 事項을 參酌 하여야 한다.

1. 犯人의 年齡, 性行, 知能과 環境

2. 被害者에 對 한 關係

3. 犯行의 動機, 手段과 結果

4. 犯行 後의 情況

피고인의 연령은 실제로 양형에 고려되고 있다.

위와 같은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규정 중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이 범인의 연령이며, 이런 요소들을 고려함에 따라 피의자 입장을 먼저 고려하게 된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법관, 그러니까 판사는 넓은 범위의 양형권을 갖고 있으므로, 일반적인 시각의 국민들은 이를 불합리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때문에 가학적, 아동 성범죄나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피해자의 의견 반영 제도 도입을 통해 법관들의 양형 권한을 일부 조정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일반적인 시각의 국민들이 느끼는 불합리함(성범죄 처벌수위가 낮은 경우 엄벌을 촉구하는 모습)을 이야기하며 형벌 감수성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형벌이 범죄자 개인에게 미치는 고유한 영향 및 고통의 정도’를 뜻하는 형벌 감수성은 여러 형사 재판 양형 과정에서 계속해서 고려되어 온 감경적 양형 요소입니다만, 최근 들어 특정 직업군 봐주기 판결을 한다는 사법 불신에서 비롯된 일반 시민들의 오해가 깊어지고 범죄인에 대한 사회적 처벌 감정이 고조되며, 피고인의 형벌 감수성이 양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된 것입니다.

실무에서 고려하고 있는 형벌 감수성의 유형들은 양형 선고에 수반되는 불이익으로서, 피고인이 겪게 되는 형벌 외의 고통인 직업 상실이나 취업 기회의 박탈, 부양가족이 겪게 되는 불이익, 피고인의 건강 상태나 연령의 문제로 인하여 초래되는 특수한 불이익 등이 주요 골자입니다.

A 양이 제기한 국민청원은 바로 '피고인의 건강 상태나 연령의 문제로 인하여 초래되는 특수한 불이익'부분에서 충돌이 일어난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 피고인의 연령 자체는 양형 이탈의 대상으로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54세의 피고인에 대하여 30년의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이 고령이지도 않고 병약하지도 않으므로 “무기징역과 마찬가지의 효과가 있으므로 양형 이탈이 되어야 한다.”라는 주장은 기초가 없으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연방 가이드라인에서 명시하듯이 단지 고령인(elderly) 것만으로는 양형기준을 벗어나는 감형의 원인이 될 수 없다고 보아 형식적인 나이를 중시하지는 않고 대체로 피고인이 특별히 병약한(이미 투병 중이거나 질병에 시달리는 피고인) 특징이 보일 경우에만 감형을 인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 네티즌들의 글을 살펴보면 비교적 같은 죄목에 대해 엄벌을 내리는 편인 미국의 법을 국민들이 동경하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엄한 형벌과 교화를 우선시하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형벌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양국 간 치안 수준을 비교하면 어느 정도 감이 잡힐 텐데, 이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성범죄 피고인 나이가 많아 감형? 처벌수위와 형벌감수성|작성자 이임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