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형사소송 이야기

쌍갑포차로 보는 직장성범죄, 업무상위력에의한추행

by 글로보는 법 2020. 5. 27.

바로 어제 JTBC에서 5년만에 수목 드라마를 런칭했죠.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수목 드라마, '쌍갑포차'입니다.

1화에서는 강배 (육성재)가 일하는 갑을마트의 시식파트 직원 송미란(박하나)에게 성희롱과 추행을 일삼는 박 대리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이 에피소드는 바로 전형적인 '업무상위력에등에의한추행'으로, 피해자와의 합의가 없는 한 실형의 가능성이 매우 높은 '성범죄'입니다.

1화 줄거리

계약직으로 갑을마트에 입사한 미란은 5개월 연속 친절사원에 뽑힐 정도로 업무능력이 좋습니다. 하지만 정육파트에서 시식코너를 담당하는 미란은 손님들의 갑질을 감내해야만 했는데, 본래 심성이 고운 미란은 이에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고 정규직이 되기 위해 열심히 일합니다.

하지만 손님들의 갑질보다 큰 문제가 미란을 괴롭혔는데, 바로 미란의 상사 '박대리'의 성추행이었습니다.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동생 대학학비를 책임져야 하는 미란에게 정규직 전환 권한이 있는 박대리는 직장에서 미란의 손을 잡는가 하면, 다리를 쓰다듬고 껴안는 등 추행을 일삼습니다. 이에 정규직 전환 하나만을 바라보고 열심히 일한 미란은 박대리에게 싫은 소리 한마디 못하고 홀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게됩니다.

 

Previous imageNext image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쌍갑포차'

비정규직의 설움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6년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범죄로 입건된 이는 321명이었는데, 이중 1명이 기소됐다. 재판을 받게 된 그 한 명에게 법의 심판이 내려졌을까요? 그렇게 되면 '0.3%의 정의'가 이뤄지는 셈일 텐데, 2016년 발생한 사건들은 최소한의 정의조차 결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피해자는 대부분 비정규직이었습니다. 신분이 보장되지 않는 별정직 공무원으로, 특별한 사유가 없어도 상사 말 한 마디로 언제든 쫓겨날 수 있는 자리에 있었고, 그의 상사는 피해자의 현재만이 아니라 미래까지 결정할 힘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폐쇄성으로 이름 높은 대한민국에서 윗사람에게 '찍히는' 것은 곧 미래가 막히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에 피해자 대부분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했습니다.

피해자가 스스로 얼굴까지 공개하며 고발한 드문 사건에서조차 재판부가 피고인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는데, 이러한 추세가 변곡점을 맞이한 사건이 하나 있죠. 바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수행비서·정무비서간 일어난 이른바 '안희정 사건'입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결국 위력에의한간음 혐의가 인정되어 징역 3년6개월의 형을 확정받았습니다.

위력은 한줄로 설명할 수 없다.

위력을 해석하며

여기서 계속 등장하는 단어인 위력이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을 말하고,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않으므로 폭행·협박뿐 아니라 사회적·경제적·정치적인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며, 위력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되고, 이 경우에 있어서의 위력은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될 것임을 요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고, 추행이라 함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것입니다.

쌍갑포차에 등장하는 박대리는 송미란의 정규직 전환 결재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경제적·정치적으로 지위와 권세를 갑을포차내에서 갖고 있는 것이죠. 때문에 이를 폭행이나 협박 등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하는 것입니다.

불필요한 스킨십에 유형의 폭행이나 협박은 없었으나, 미란은 정규직을 절실히 원하는 상황이기에 박대리에게 반항 한번 못할 특수한 상황이 구성되어 박대리가 '위력'을 갖게된 것입니다. 미란은 드라마를 보시면 아시다시피 스킨십에 단 한번도 동의한 적 없지만 위에서 말씀드린 위력 때문에 거절 또한 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거절하지 않는다고 하여 죄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상의 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죄는 개인의 성적 자유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것이므로 결국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인의 성적 자유가 현저히 침해되는지 여부와 또한 일반인의 입장에서 보아도 추행행위라고 평가될 경우에 한정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키스, 포옹 등과 같은 경우에 있어서 그것이 추행행위에 해당하는가에 대하여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검토하여야 하는데, 어떻습니까.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봤을 때, 일반인의 시각에서도 이는 성범죄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만약 '이게 어떻게 성추행이야? 실형 받을만한 일인가?'라고 생각된다면 이는 최근 판결문에 계속해서 등장하는 '성인지감수성'이 부족하여 생긴 착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성인지감수성 - 성인지 감수성(性認知感受性) 또는 성인지성은 어떤 사건에 대해 심리할 때 "여성이 사회적 약자로서 가지는 불리함을 보완해야 한다."는 취지로 성폭행, 성희롱 등 젠더 관련 사건에서의 여성 측의 진술 및 증언, 증거 효력의 인정 기준을 완화하는 것으로, 2010년대 이후 대한민국 사법부에서 근대 형사소송의 대원칙을 훼손한다는 대내외적 비판을 무릅쓰고 유죄 판결에 인용하기 시작한 자유심증주의 논리를 뜻합니다.

처벌은?

제10조(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①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법률에 따라 구금된 사람을 감호하는 사람이 그 사람을 추행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아마 극중 박대리가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면 실형의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피해자와 적극적으로 합의에 임하고 (가해자의 경제적 능력, 피해정도에 따라 합의금액은 천차만별입니다.)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기소유예 등의 선처를 바랄 수 있습니다.

쌍갑포차에 나온 미란과 박대리간 일어난 성추행을 보며, 많은 시청자들이 SNS를 통해 분노를 표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사실 형사 실무를 행하다보면 TV속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성범죄들이 조금은 노멀하게 느껴질 정도로, 지독한 사건들이 많습니다. 그 중 몇몇은 홀로 끙끙 앓다 좋은 변호사 선임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도 많고요.

하나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점은, 법은 항상 여러분을 도울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입니다. 피해를 당했거나, 억울한 혐의를 받고 있거나, 부담 없이 전화상담을 요청하세요. 무료전화상담을 통해 도움을 얻을 곳이 꽤나 많습니다.

중앙지검 특수부 검사출신, 법무법인 세안의 이임표 대표변호사는 모든 상담전화를 직접 받습니다.

[출처] 쌍갑포차로 보는 직장성범죄, 업무상위력에의한추행|작성자 이임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