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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 이야기

불법대필과 변호사 무료전화상담에 대한 단상

by 글로보는 법 2020. 6. 21.

보통 소장이나 답변서, 준비서면 등을 접할 때 한눈에 봐도 변호사가 아닌 법적 소양이 부족한 자가 대필한 것으로 보이는 서면이 종종 있다. 서면을 셀 수 없이 접하다 보니 이제는 특정 변호사의 서면 작성 방식도 보이고, 작성자가 어느 정도 연배인지도 짐작 가는 경우도 있다.

그중 가장 티가 나는 것은 사무실 내 사무장이 작성한 고소장인데, 로펌의 꽤 경력이 풍부한 사무장이라도 변호사가 아닌 자가 작성한 서면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글 솜씨가 부족한 변호사가 작성한 서면일 수도 있겠으나, 소위 변호사들이 말하는 '페이퍼 파워'는 화려한 언변보다도 중요한 영역을 차지하기 때문에 다들 서면 작성 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고, 보통 서면이 엉망인 경우 변호사가 썼다고 믿지 않는 것이 차라리 속 편하다.

고소장이 대충 쓰이는 이유는 실무적으로 이렇다. 보통 형사사건, 특히 성범죄 피해자는 사선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고 국선 변호인이 배정되더라도 승소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 고소장만 로펌에 의뢰하여 제출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고소장만 대리 작성해 여 제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로펌 입장에서는 크게 돈 되는 사건이 아니고, 때문에 사무장이나 송무 직원들이 대충 상담 후 고소장을 형식적으로 써주는 것이다. 이런 경우 로펌에 고소장 제출을 맡기지 말고 차라리 본인이 차분한 마음으로 세밀하게 작성하는 것이 낫다. 대충 고소장을 작성하는 로펌보다는 상대적으로 낫다는 이야기이고, 개인적으로 피해자들도 반드시 변호인을 선임하여 대응하기를 권유 드린다.

한편, 전화상담 또한 마찬가지다. 사무장이 '상담실장' 타이틀을 달고 무료법률상담을 하는 로펌들이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데, 이 경우 상담에서 명쾌한 답변을 기대하기 어렵다. 상담실장들은 결국 방문상담을 이끌어내야 하고, 명쾌한 답변을 내리기보다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안들까지 모두 변호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로 귀결하며 방문을 유도한다.

대필의 경우 불법이지만, 전화상담은 법에 저촉되는 부분은 아니다. 블로그에도 항상 표기하지만 우리는 항상 변호사가 직접 상담한다. 전화를 걸어 '이임표 대표 변호사님을 찾습니다'라고 이야기한다면 항시 본인과 상담을 나눌 수 있다. 시간이 맞지 않는다면, 댓글이나 개인 이메일로 상담을 남겨달라. 성의껏 답변드리겠다. (superimpo@naver.com)

작년 말,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51세 김 모 씨가 징역 1년을 선고받고 2천만 원 추징 명령을 받았다. 서초구 한 법무법인의 사무장으로 일하던 김 모 씨는 변호사 선임 면목으로 2천만 원을 받았으나, 이를 빼돌려 본인이 직접 법률사무를 행한 것이다.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실제 벌어진 일이다.

변호사와 직접 상담하고, 계약한다는 기본 원칙만 지켜도 이러한 피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아니, 기본 원칙이 아니라 최소한의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간혹 사무장과의 상담도 만족한다는 분들이 있는데, 모든 법률문제들은 단순해 보일지라도 깊은 이면에는 복잡한 문제들이 산재해있다. 이를 꿰뚫어 보고 신속한 해결책을 내놓기 위해서는 우선 법리적 지식에 근거하여 구체적인 사실관계의 분석과 법리 판단이 필요할 것인데, 아무리 경력이 오래된 사무장이라도 변호사 능력을 따라올 수는 없다.

또한 전화상담은 방문상담보다 명쾌한 해결책을 찾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이에 대해서는 참할 말이 많은데, 간단하게 설명하겠다. 전화상담은 보통 전화를 받고, 즉각적으로 사실관계를 판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한다. 반면 방문상담으로 이어지는 경우, 적어도 한 시간 이상을 들여 해당 사안을 살펴보고 관련 법리를 정리한 뒤, 또다시 의뢰인과 1시간에서 2시간 상담한다. 기본적인 퀄리티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라도 방문상담은 반드시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 명심하시길 바란다. 전화상담 시 방문상담이나 길게는 변호사 선임까지도 필요 없는 사안의 경우 확실하게 말씀드리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